2009. 08. 14
홋카이도 자전거 여행 11일째
왓카나이에서 페리를 타고 리시리 섬으로 들어갔다. 홋카이도도 하나의 큰 섬이니까 섬에서 섬으로 들어간 셈이다. 홋카이도는 섬이어도 남한의 80%에 정도의 크기이다 보니, 섬이라기 보다는 그냥 육지같았다. 또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리시리는 왓카나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니 '아, 내가 진짜 섬으로 가는 구나'하는 실감이 났다. 리시리레분사로베츠 국립공원의 대장격인 섬으로, 일본 100대 명산 중 첫번째로 꼽히는 리시리후지가 섬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리시리후지는 정상이 구름에 감춰진 날이 많아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환상적인 풍경의 쿠츠가타곶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자전거로 섬을 일주했다.
(쿠츠가타미사키 캠핑장에서 바라본 풍경)
이 청년은 누구인가. 전날의 숙소는 왓카나이 시내에 있는 '최북단 미츠바치의 집'이었다. 늦게 도착해서 동네 여중생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친철한 학생들이 직접 안내해줬었다. 숙소에는 여행중인 대학생과 라이더 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괴짜 아저씨가 있었다. 캔맥주를 사서 함께 간단히 이야기를 나눴다. 이 청년은 여행중인 대학생 라이더. 지쳤는지 이 라이더하우스에서 당분간 죽치고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다음날 아침 내가 길을 나설 때 마중을 나와줬다.
라이더 하우스 간판 앞에서 출발 전에 포즈 ^^ 8월임에도 일본 최북단의 도시 답게 아침에는 쌀쌀해서 점퍼를 꺼내입었다.
페리에 자전거를 싣고 출발! 뒤에 보이는 주황색 깃발은 주유소에서 받을 수 있는 깃발로 각 지역에 따라서 색깔이 다르다 ^^ 이 깃발을 모으는 것도 홋카이도 일주의 소소한 재미였다.
왓카나이 항구의 모습. 배를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페리 영수증. 3,670엔. 자전거를 포함한 가격이다. 왓카나이 페리터미널에서 리시리섬 오시도마리 페리터미널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멀어지는 왓카나이시의 풍경.
갈매기 한마리가 배를 쫒기 시작했다. 하보로에서 방문했던 홋카이도 바다새 센터가 생각나서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갈매기를 쫓는 사람들. ^^
페리 내부는 그냥 보통의 여객선이었고 앉아있는 것 밖에는 할 것이 없어서 계속 밖에 있었다. 리시리는 어떤 섬일까? 아사히카와에서 만난 오또상으로부터 '환상적인 섬'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대가 컸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함께 화물칸에 실어야 했다. 내가 가장 먼저 내렸다.
타고온 페리의 모습.
터미널을 나서서 '쿠츠가타미사키 캠핑장'을 향했다. 그 풍경이 너무 좋아서 아사히카와 오또상이 한달이나 머물렀다는 곳.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섬의 왼쪽으로 약 1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항구 근처에 있는 자전거 도로.
넓은 초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富士野園地'라는 이름이 붙은 곳으로 작은 섬과 전망대가 갖춰져 있다. 마치 공항 근처에 있어서 제주도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용두암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일본의 까마귀는 머리도 좋고, 크기도 거대하다. 한번은 자전거에 매달은 비닐봉지를 습격당한 일도 있었다.
일몰 풍경으로 유명한 전망대를 바라보며 늦은 아침식사를. 메론방과 홋카이도에서만 판매하는 여행 내내 나를 지탱해준 커피우유 그랑디아와 함께.
아침밥을 먹고 화장실에 들렀는데, 공공화장실인데도 화장지가 호텔처럼 접어져 있었다. 일본 사람들의 꼼꼼함은 알아줘야 한다.
오전이라 해도 8월인데 섬의 기온은 23도 정도였다.
여행자가 신기했던지 사람 구경하러 나온 동네 개들. ㅎㅎ '어서와, 리시리섬은 처음이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드디어 도착한 쿠츠가타 미사키 캠핑장.
텐트 치는 것을 도와준 동네 꼬마. 섬에 찾아온 한국인 여행자가 신기했던지 살갑게 다가왔다. 구름에 쌓인 리시리 섬을 배경으로.
캠핑장의 풍경은 명불허전이었다.
곶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구름에 리시리후지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었다.
섬에 도착했을 때는 흐렸는데 텐트를 치자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섬의 날씨는 역시 변화무쌍.
이렇게 바다를 향해서 텐트를 치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푸른 바다와 그보다 푸른 하늘, 한쪽에는 섬의 연안, 한쪽에는 리시리후지... 그리고 들려오는 파도소리. 이런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면, 과연 한달동안 머문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아래 4장은 필름사진)
텐트 설영을 완료하고 섬을 자전거로 일주하기 위해 출발했다. 첫번째로 들린 곳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식사부터 해결하자. 여행자에게는 먹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며, 특히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식사는 자동차의 기름과도 같이 빼먹을 수 없는 일과다. 점심식사는 역시 아저씨에게 추천받은 식당인 '와스레나구사(勿忘草)'라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그 날의 정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선한 해산물 덮밥과 생선, 반찬과 된장국. 얼마였더라? 1만원 이하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섬 일주를 시작했다.
(길어져서 섬 일주 글은 나눴습니다 ^^ 아래에서 확인 부탁드려요.)
[일본자전거여행/홋카이도] - 홋카이도 최북단 리시리섬. 사색과 위안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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