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와 비에이 사이에 비바우시라는 역이 있다.
역 주변은 파노라마 풍경이 아름다워 자전거로 둘러보기 좋다.
홋카이도의 여름 특유의 청명한 하늘색과
다정하고 소박한 푸른 언덕과 보랏빛 라벤더 밭.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산.
다시 한번 그 길을 달려보고 싶다.
2009년 8월 9일. 여행 6일째.
토카치다케는 카미후라노역에서 버스로 중간지점까지 오를 수 있다.
어제, 그 버스안에서 쿠리노라는 일본인을 만났었다.
내가 한국인이라 말하자 그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술자로,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수원을 방문한 적도 있고 한국어도 아주 조금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산 정상의 오두막에서 하룻밤 자고 일출을 본다고 했었다.
역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여행 중에는 이상하게 강한 인연으로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계획을 물었고 나는 북쪽으로 간다 말했다.
삿포로에 살고 있고, 홋카이도 토박이인 그였다.
괜찮다면 근처에 좋은 곳이 있으니 함께 가자 했다.
그곳이 비바우시 였다.
카미후라노역에 맡겨두었던 짐과 자전거를 찾아 나는 자전거를 타고 비바우시 역으로
그는 전철을 타고 이동해서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바우시역 간판 앞에서 쿠리노 상과 함께.
쿠리노 상은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근처에는 렌탈 사이클 가게가 꽤 있었고, 자전거로 둘러보기 좋은 코스도 안내하고 있었다.
쿠리노 상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코스가 있었기에 나는 그의 안내에 따랐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땅은 푸르고
낮고 완만한 언덕
드문 드문 자란 나무들
저 멀리 보이는 산맥...
쿠리노 상은 제법 독특한 취미가 있었다.
토이스토리에 나온 이 녀석을 좋아한다고.
어딜 가든 함께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저 멀리 산맥이 보인다.
동글동글하게 뭉쳐놓은 牧草ロール(목초 롤)
홋카이도 다운 풍경 중에 하나.
소의 침대로 쓰인다고 ^^
오랜만에 자전거를 만나니 반갑다. ^^
후라노하면 라벤더 밭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라벤더 밭은 쿠리노상이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내가 라벤더 밭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하니 헤어지고나서 이메일로 보내줬다.
다정한 사람.
중간에 자작나무 가로숲 길도 지났다.
북쪽에서 보는 자작나무는 애잔하고 반갑다.
근처 시설의 조형물 ^^
아이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다이세츠잔에서 부터 뻗은 산맥을 배경으로 라벤더 밭.
이 사진 역시 쿠리노 상이 보내준 사진이다.
비바우시에 머문 것은 잠시였지만
그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달려서 더 마음에 남는다.
시간과 풍경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커다란 행복이다.
.
나는 쿠리노 상의 연락처를 받았고,
삿포로에 들리게 되면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는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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