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자전거여행/홋카이도

카나야마호수에서 :: 홋카이도 자전거 여행기 :: 홋카이도의 여름






        

[카나야마 호수를 향해서] 레이코할머니, 소중한 그 분과 이별 후, 나는 후라노를 향해 달렸다. 237번 국도를 따라 가는 쉬운 길이었다. 지도를 보니 ‘카나야마호수’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호수의 중심부에는 캠핑장 표시. 분명 좋은 경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리고 할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먹기에도 적절할 것 같았다. 백두산도 식후경. 가자. 카나야마호수로-

        


:: 어머니의 도시락


“이야아아-호!” 

호수까지는 8km 정도의 무서울 정도로 기분 째지는 내리막길이었다. 

무더운 날이었기에 상쾌함이 더했다. 그렇지, 호수는 저지대에 있는 거였어! 

룰루랄라~콧노래를 부르며~덩실덩실~몸을 흔들며~씽씽쌩쌩~페달을 밟아보자~


룰루랄라~콧노래를 부…를 때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길… 되돌아가야 하잖아? 하잖아…하찮아…하찮아…머…멈춰! 일단 스톱! 전망을 위해 마련된 주차장에 멈춰 황급히 지도를 펼쳤다. 길은 두 갈래였다. 되돌아가던지, 호수를 둘러가던지. 둘러 가면 원래 가려했던 길의 두 배 거리였고, 해발476M의 고개(라고 할지 봉우리라고 할지…)를 넘어야 했다. 그렇다고 지금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기는 엄두가 안 났다. 고민을 하다 결국 근처 아저씨(봉고차 여행자였다.)에게 물어봤다. 

“저기요, 이 둘러가는 길이요. 어떤가요?”

“아, 요 고개만 넘으면 계속 평지야.”  

“아싸! 고마워요!”

그래. 오늘까지 넘어온 고개만 더해도 어림잡아 몇 천 미터는 될 터. 476M쯤이야~

둘러가기로 결정하고 호수의 캠핑장으로 달려갔다.



  






헌데, 캠핑장은 둘러보기만 하는데도 소액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관리실에 점심만 먹으려는 뎁쇼라 하니, 쓰레기 다시 가져갈 거면 그냥 들어가도 OK라는 대답을 들었다. 카메라와 지갑, 레이코바상의 도시락, 콜라만 작은 패니어에 담아 캠핑장에 들어갔다.


푸른 잔디가 낮은 경사면을 이루며 호수 쪽으로 시원스럽게 뻗어있었다. 카나야마 호수는 좌우로 긴 모양이라 폭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잔물결이 찰랑찰랑. 건너편의 낮은 산맥이 만든 부드러운 능선위로는 하늘(늘 감탄만 하게 되는 홋카이도의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군데군데 자리 잡은 캠핑객들은 점심을 먹거나 낮잠을 자거나 산책 중이거나. 거참, 보고만 있어도 여유로운 캠핑장일세 그려. 나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레이코바상의 도시락에는 주먹밥 2개 계란말이 비엔나소시지 작은 고로케가 담겨있었다. 새벽부터 일하셔야 했을 텐데 바쁘셨을 텐데 일부러 낯선 여행자를 위해 이렇게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만들어 주시다니……. 마치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같았다. 편안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 같은 딱 그 맛이었다. ‘고찌소우사마데시다(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하니 고국의 어머니가 생각나네.

어머니, 매일 주시던 그 밥. 먹고 싶습니다...







:: 빨간약은 발라주는 거냐?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풍경에 공사 중인 산이 있었다. 아름다운 호수 옆에 헐벗긴 산. 무지 흉했다. 마치 나무라는 피부가 벗겨져 뼈가 드러난 것 같아서 아파보였다. 그 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름다운 풍경은 되도록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이런 아름다움이야말로 인간에게 감동을 줘서 자연은 소중한 것이요, 보존해야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니까. 지금처럼.


그나저나 홋카이도…여기저기 공사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냐! 쩝, 낮잠이나 자자.

(하치-벌-상은 귀찮아! 하얗고 검은 몸을 가진 통통한 벌이 있는데 이 녀석이 무지 사람에게 달려든다. 

빠르고, 달라붙고, 소리도 크다. 붕붕! 으-으-! 하루에 3~4번은 꼭 만난다. 홋카이도 요주의 곤충임!)







:: Side Story  카나야마 댐에서의 느낀 씁쓸함


가기 전에, 잠깐 댐에 들려봤다. 표지판에는 ‘환경방류로 자연환경의 회복을 꾀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방류전과 방류후의 사진으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댐… 치수는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물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 조건이니까. 물을 다루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여 인간은 ‘댐’이라든지 ‘수로’라든지 ‘운하’라든지, 여러 방식으로 물을 ‘지배’하는 ‘지식’을 얻었다.


그러나 자연이 살아가는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해진 건설은 생태계에 아픈 상처를 입혔다. 물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 조건이기 이전에 자연이 존재하기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 혹은 알면서도 저질러버리는 이기심. 기술과 지식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지혜’는 어떤지. 이미 만들어놓고 변화시켜놓고 파괴시켜놓고 ‘자연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표지판을 보면서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그 인간 중에 한 명 아닌가.


그러고 보니 고국에서는 4대강을 ‘살리기’위한 대대적인 ‘수술’을 한다던데. 정부가 자연전문의 자격증이 있었던가?… 강은 자연의 핏줄과도 같은 건데. 자칫, 의료사고라도 날까봐 무섭다~ 무서워~



이동루트 구글 지도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