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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

일본 백일 잔치는 아이에게 돌을 먹인다? '오쿠이조메'



일본 백일(100일) 잔치,  '오쿠이조메(お食い初め)'

 

일본에도 100일 잔치가 있다. ‘오쿠이조메라고 해서 음식을 차리고 아이에게 먹이는 시늉을 하는 행사이다. 오쿠이조메를 우리말로 하면 첫식사쯤 되겠다. ‘평생 동안 먹을 것에 곤란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긴 일종의 전통의식으로도 볼 수 있다. 태어난 지 한달쯤 되면 신사에 데리고 가 인사를 하고 무병장수를 비는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와 함께 아기 때에 행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성장의식’이다.

 

재밌는 것은 돌을 먹인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먹이지는 않는다.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할 때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아이의 입에 살짝 갖다댄다. 돌도 마찬가지다. 대신 직접 대지는 않고 젓가락으로 톡톡 찍은 다음 아무것도 없는 젓가락을 아이의 입에 톡톡 갖다댄다. 돌처럼 단단한 이가 생겨나길 기원하는 의식으로, 쓰이는 돌은 지역의 신사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오미야마이리'했던 신사에서 가져왔다. (물론 부탁하고 가져왔다. 마음속으로...^^;)


100일쯤 되면 아이는 이유식에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목도 앉아서 하루하루 지혜가 생겨나는 때이니, 이 시기에 어른이 먹는 것 같은 음식을 마련해 먹는 시늉을 하는 것에 큰 의미 둔다 한다. 먹이는 역할은 가족 중 가장 연장자의 몫이라 한다.  



 


 





먼저, 도미를 비롯해 음식을 준비한다. 도미는 일본어로 '타이(鯛)'라 하는데, 일본어로 축하를 뜻하는 '오메데타이(おめでたい)'와 발음이 같아 축하의 상징으로 널리 쓰인다. '오쿠이조메'의 정통메뉴로는 머리 붙은 생선구이, (희거나 붉은 밥), 국물류, 우메보시(매실짱아찌), 하가타메(이빨을 단단하는 것)로써 붉고 흰 떡 등을 놓는다. 요즘식으로 푸딩이나 젤리처럼 아이가 먹어도 지장이 없는 것을 준비하기도 한다.

 

일본인 중에도 귀찮아서, 혹은 사정이 있어 하지 않는 가정도 있다. 적당히 음식을 줄여서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내는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첫아들이기도 해 기합을 넣어서 준비했다. 행사 전날부터 음식을 하나하나 정성껏 조리하고 전용 그릇도 구입했다.  






<아내가 만든 음식(시계방향순)>

 

1.팥밥

2.니모노(煮物,가열한 음식)로 당근, 곤약, 연근, 완두콩, 죽순

3.오이와 문어숙회

4.우메보시

5.국물: 조개국

6.도미소금구이



당근도 귀엽게 꽃으로 조각?했고, 자세히 보면 연근도 꽃모양이다. 도미 옆에 장식은 100엔숍에서 파는 물건으로 일본식 장식을 만드는데 쓰인다. 원래 모양은 그냥 실처럼 되어있는데 저 모양은 아내가 만든(!)거다. 손재주가 상당히 좋으신 아내님. 풀은 베란다 플랜터에 있던 로즈마리, 레몬같은 것은 카보스로 오이타현의 명물인데 때마침 사토가에리했던 회사동료에게 받은 것이다.



지금 다시 봐도 아내가 참 열심히 준비했다. 아이가 태어나 아내는 엄마가 되고,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의 애정도 커졌다. 100일 동안 무사히 건강하게 자랐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이튿날 밤 전부터 메뉴와 조리법을 연구했다. 전날 장을 봐오고 세심히 요리했다. 당일 아침부터 집을 청소하고 도미를 굽고 상을 차렸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그저 아이와 놀며 엄마를 구경한 것 뿐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행사를 시작했다. 게스트로 장인, 장모를 모셨다. 장인이 제일 연장자였지만 이런 행사에는 익숙하지 않으신 지라, 아이에게 먹이는 시늉을 하는 역할은 장모가 하셨다. 아이는 기특하게도 전혀 울지 않았다. ^^*



 




행사를 마치고 도미 등 차린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에피소드 하나. 장인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시는데 나를 닮은 배우를 찾으셨다며 핸드폰을 보여주셨는데 지진희 씨였다. 지진희 씨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는데 보여주신 사진을 보니 납득이 갔다. 사극에서 그의 프로필 사진은 수염을 기른 모습인데 내가 지금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가족단체사진을 찍고 뜻 깊은 100일 행사를 마쳤다. 거실 벽에 데코레이션도 아내가 준비했다. 100엔숍에서 산 숫자풍선과 마스킹 테이프로 만든 노란 별과 아이의 이름, '이츠키(樹)'. 아이는 이 날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사진으로 평생 간직하겠지. 나와 아내에게는 가족 셋이 만든 소중한 추억으로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이상일본의 백일 잔치오쿠이조메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