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8. 12. 여행 9일째.
루모이의 미츠바치 라이더 하우스를 출발해
국도 232번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우연히
'미후네(三船,세척의 배)조난사건위령비'를 만나다.
1,700여명의 일본 국민이 사망한 또 하나의 전쟁의 비극...
루모이를 출발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 동안 계속 내륙을 달려왔으나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동해... 어쩐지 벅찬 느낌을 받았다.
다리를 건너 국도 232번에 진입한다.
왼쪽으로 가면 왓카나이, 그리고 하보로. 왓카나이는 일본 최북단 도시이며, 호보로는 도중에 있는 도시로 홋카이도 해조센터가 있다.
다리를 건넌다, 는 것은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간다는 것. 한 땅을 떠나 다른 땅을 딛는다는 것.
국도 232번은 '오로론라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쭉 뻗은 길로 왼쪽에는 동해가 펼쳐져 최상의 라이딩 코스로 뽑힌다.
날은 조금 흐렸지만, 바람이 상쾌했다.
풍력발전기가 즐비하게 늘어선 오로론 라인.
동해... 이 바다를 일본은 일본해라 부른다.
같은 바다라도 이웃나라끼리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한 때 이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나는 그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남과 북이 통일되고 독도를 비롯한 영토문제가 해결되어
동북아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이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오로론 라인을 즐기며 라이딩을 하는데 돌연 커다란 비석을 만났다.
이름은 '미후네(三船、세 척의 배)조난위령비'
1945년. 전쟁에 패한 일본.
러시아 쪽에 있던 국민을 본토로 돌려보내기 위해 3척의 배를 보냈다.
부녀자와 노인 등 민간인을 우선적으로 태운 배였다고 한다.
인원은 1,700여명...
이 배는 모두 '소속불명'(이후 당시 소련이라 밝혀짐)의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침몰을 당한다...
군국주의, 파시즘의 국가에서 전쟁으로 피폐한 삶을 살다가...
극동의 땅에서 모진 고생을 하다가...
결국 전쟁에 패했어도...
모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을까?...
다시 삶을 살아가려는 작은 희망도
그 안에는 많이 있었을 것이다.
.
조선인 강제노동의 진실을 밝힌 '하야시 에이다이'선생의 다큐가 8월 14일에 방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자신도 일본에 거주하면서 잘 모르는 역사인지라 꼭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일본 민간인들의 희생도...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의 말처럼.
남과 북이 이대로 평화체제로 굳건히 나아갔으면 한다.
그 안에 일본도 물론 함께였으면 한다.
전쟁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마을 아저씨 한 분이 열정적으로 사건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평화를 위한 노력은 국가를 떠나 모두가 함께 해야할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
오로론 라인을 달리는 도중이라면 반드시 들러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곳이다.
미후네조난위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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