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 놀러온 아이.
아직도 너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흐린 날이었다.
멀리 보이는 것들은 전부 흐릿했으나,
느껴지는 것들은 전부 선명했다.
각자의 길로.
여관, 전망대, 그리고 정상.
`세계가 멸망이라도 한 것같은`
풍경속으로 걸어가야 정상이 나왔다.
사람은 한 없이 작고,
황폐한 산 아래엔
넓고 푸른 들판이 보였다.
산은 한사코 자신을 들어내기 싫다는 듯
혹은 영원히 신비로워야 한다는 듯
구름 속으로 숨었다.
물도 사람도
그들의 길을 간다
그 모습이 닮았다
정상 2077미터.
이 산은 마지막까지 사람을 쉽게 오르게 하지 않았다.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원초적이고 낮은 자세로 마지막을 오르게 한다.
정상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
한 글자 한 글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코끼리의 등을 걷는 개미들처럼
때때로 맑음
7장을 찍어야,
간신히 담을 수 있었다.
큰 구멍을 만나면
멈추고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신비로운 세계에서
큰 모험을 하고
다시 여행의 세계로
산중턱의 캠프장에
해가 질 무렵 도착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걸었는데
아주 많이 말을 한 것 같았고
겨우 반나절이 지났을 뿐이었는데
한 시절이 지난 것 같았다.
내가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았고
내가 조금 큰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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