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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전거여행

일본(자전거)여행, 싸게 자기, 저렴한 숙소 (노숙 편)

네이버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 올린 여행기를 보고 한 분이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한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더군요.

그 질문 중에 하나가, "숙소는 어떻게 하나요?" 였답니다.

답변을 하나하나 쓰다 보니 꽤나…장문의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_-* 그래서 이렇게 포스팅!


 

아싸~! 싸게 자자!


모든 여행자들의 공통된 목표가 '좀 더 저렴하게 자보자!'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여행 중 묵었던 곳들 중에서 싼 곳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순서는 노숙-캠핑-라이더하우스-유스호스텔 순입니다.

(도보나 자전거 여행자가 아니라면 노숙과 캠핑은 건너 뛰셔도 되겠습니다.)


그 1편! 노숙!




길에 좀 자면 어때?


1. 미찌노에끼(道의驛, 즉 도로의 역, 철도를 좋아하는 나라답지요?)


일본은 전국에 '미찌노에끼'라는 (한국의 '도로휴게소'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방방곡곡 500개가량. 한국의 휴게소는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미찌노에끼는 지역에 따라 특색이 있습니다. 지역의 농산물, 특산물, 기념품을 팔기도 하고 식당, 상점 등의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온천이 딸려있기도 하구요. 도시 안에 있기도 하고, 도시 바깥에 있기도 하며, 도로 중간에 있기도 합니다. 여행자들에게는 휴식장소임과 동시에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미찌노에끼를 구경하기 위한 일종의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미찌노에끼는 공통적으로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기에 물과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습니다. 특히,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빨래나 샤워(…)를 할 수도 있답니다. (좋은 곳은 온수가 나옵니다!) 부끄럽다고요? 여행은 곧 생존 아닙니까? ㅎㅎ 또, 장소에 따라서 다르지만 별도의 휴식공간이 있고(이 곳이 짱입니다.) 날씨와 도로정보를 알려주는 기기도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유동인구가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점이지만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알아두셔야 할 점은 미찌노에끼에서의 노숙이 '허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혹시 관리인에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 고생 했답니다;) 미찌노에끼는 대부분 9시쯤 열고 6시에 마감을 합니다. 저는 주로 마감 후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텐트를 치고 9시가 되기 전에 출발하거나 출발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랬을 때는 아무런 일이 없었습니다.


미찌노에끼에서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 여행자들은 흔히 미찌노에끼에서 '차숙'을 하더군요. 오토바이나 자전거여행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함께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별도의 휴식공간이 있는 미찌노에끼는 소수에 불과하니 텐트가 필요합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곳,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화장실에서 가까운 곳이 포인트입니다.


미찌노에끼 홈페이지 - http://www.michi-no-eki.net/Riyosha/R-001.php

 

후에는 은폐엄폐의 달인이 되었다.


이런 공간이 있는 미찌노에끼가 있었으나... 내가 자려고 정한 곳은 항상 허탕이었다...ㅠㅠ


2. 일본의 공원은 쾌적해  


많은 여행자들이 공원에서 노숙을 즐깁니다. 일본의 공원은 정비가 잘 되어있습니다. 넓기도 하구요. (홋카이도의 경우는 특히 넓었습니다.) 화장실이 있구요, 대부분 비 피할 정자나 지붕 있는 벤치가 있습니다. 대도시가 아니라면 인적도 드물어 쾌적한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공원에서 제일 많이 만나는 사람은 산책하는 어르신들 일겁니다. 혹시 수상하게 보이면 곤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환한 미소를 연습해 둡시다. 인사 정도만 살갑게 해도 수상하게 보기 보다는 ‘좋은 경험 하고 있다, 몸 건강하게 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공원에 상시 거주하시는 '프로 노숙자'를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말을 걸어 봅시다. 예상치 못한 인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위험해 보이면…신속하게^^;) 


아, 여름의 공원은 모기가 무지 많다는 거, 아시죠?


모리오카 시내의 넓은 공원.


3.감지덕지, 버스정류장


홋카이도와 일부 눈이 많이 오는 지방은 버스정류장이 작은 건물 형태로 되어있는 곳이 많습니다. 화장실도 없고, 물도 구하기 어렵지만, 근처에 별다른 노숙 장소가 없을 때는 좋습니다. 적어도 비와 바람은 막아주니까요.


미찌노에끼에서 자려다가 관리인에게 쫓겨났던 적이 있는데요. 그 관리인에게 ‘정 잘 곳이 없으면 근처 버스정류장에서라도 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노숙이 허락된 장소는 아니지만,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더군요.


해바라기가 유명한 홋카이도 호쿠류의 앙증맞은 버스정류장.

미찌노에끼에서 쫓겨나 잠을 잤던 버스정류장. 세 명이 잘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4.잘테면 자라, 도로 혹은 그냥 노숙


풍경이 좋은 곳에서 그냥 노숙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혼자일 경우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곰도 나오기 때문에(홋카이도나 산 속, 일본은 곰 출몰지역이 꽤 되더군요.)…


도로위에서 노숙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하다가 어두워지고 다음 목적지도 멀어서 도로 중간에 차 돌리는 공간에 혼자 텐트 친 적이 있습니다. 가로등 아래에…바로 옆은 바닷가…참 낭만적이었겠지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밤이 되면 사람 한명 없고 차만 가끔 쌩쌩, 바닷가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들…게다가 비까지 오고…밤 새 뒤척여야 했답니다.

그냥 도로 바로 옆에서의 노숙.


바닷가에 위치한 지붕있는 벤치 밑에서의 노숙.


[노숙의 장단점]

노숙은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정 돈이 없다면 말이죠.

또 뭐랄까. ‘아 정말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고 리얼하게 느낄 수 있죠.

예상 못한 돌발 상황이나 만남이 일어나 많은 추억이 생기기도 하구요.


하지만 역시 '몰래'라서 마음이 쬐끔 불편하고 사람을 만나기도 힘듭니다.

제대로 씻을 수 없으니 찝찝하고, 잠자리가 불편해 피로가 쌓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