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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전거여행

여행준비의 일기

8월 4일 화요일. 출발일. 

짐을 따 싸니 12시 였다. 젠장. 그리고 지금은 1시가 다 되어간다. 나는 4시에 일어나야 한다. 
여유있게 준비하고 싶었지만, 만날 사람 다 만나고, 할 거 다 한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얼렁뚱땅 시간은 갔고, 출발일이다. 

그리고 나는 첫날부터 잘 곳 조차 정해지지 않은 여행을 시작한다. 
사실, 이 앞에 뭐가 정해져 있겠는가? 
길 위로 간다. 

나는 이제 떠돈다. 

8월 2일 일요일. 출발 2일전. 


출발 2일전임에도 아직도 못한 것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2일 후에 출발이라는 것이 사실 믿겨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다. "꼭 자전거로 해야겠니?" 하지만 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내일은 자전거를 손질하고 짐을 싣고 한 번 달려보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오전에. 밤을 새고 새벽에 나갈 생각이다. 덥기전에, 차를 가져오기도 해야하니까. 자전거로 타고가서 차를 타고 돌아오는 거다. 돌아오는 길에 바이크 클리닉이 문을 열면 헬멧을 사고 자전거 포장용 박스를 얻어올 생각이다. 

점심에는 친구들과 식사를 할 것 같다. 

오후에는 우드플랜에 가서 서랍장을 마무리 할 것 같다. 수영이의 선반도 만들고. 

저녁은 집에서 가족들과 먹고, 수영이에게 선반을 주고 오면 내일 하루는 끝날 것 같다. 

3일에는 하루종일 바쁘지 않을까 한다. 총 점검에 짐 정리에 학교에... 후우 ^^ 

믿겨지지 않는다. 계속 계속. 막상 진짜 떠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7월 29일 수요일. 출발 6일전.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구비했다. 출발 6일전. 그러나 아직 10%부족하다. 

어머니와 가족이 없었다면 이런 여행 따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한한 걱정과 동시에 무한한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역시 가족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더욱 떠나는 것이 두렵고, 사랑하기 때문에 더더욱 떠나는 것이 홀가분하다. 1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늘 한결 같은. 

어머니는 신선처럼 여행하라고 하신다. 거지꼴로 고생하지 말고, 배고프면 사먹고, 비오면 숙소에서 자고, 그러다 가진 돈 다 쓰면 돌아오라 하신다. 그리고 국내여행을 맘껏 하고, 여행가이드가 되던지, 자전거포를 차리던지 하란다. 그 말이 한편으로는 참 재밌게 들린다. 이미 어머니에게 나의 직업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7월 23일 목요일. 출발 12일전. 

또 밤을 샜다. 어떤 물건을 살까 고민하다 보면 밤 새는 건 참 쉽다. 하지만 문제는 그래도 결정을 쉽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텐트를 고민했다. 반포텍 슈퍼라이트2. 요놈에서 코베아 알파인2 나스카로 결정을 내렸다. 중고를 구하면 역시 20만원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밤을 새고 정신이 멍해지니 재밌는 일이 기억났다. 1년 전 쯤 나는 꿈을 꾸었다. 내가 자전거여행을 준비하는. 그 때는 정말 말도 안되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잠들었을 때의 그 '꿈'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렇게 현실에서 자전거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허탈한 기분. 

7.22.수요일. 출발 13일전. 

패니어는 누나의 도움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텐트를 못 구하고 있다. 반포텍 슈퍼라이트 2... 중고물량이 잘 나오지 않는다. 새 제품을 구입하려면 27만원은 줘야한다. 저렴한 제품을 사면 8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러나 3개월동안 살아야 할 집이거늘 -_- 어찌 허투루 살 수 있겠는가. 

그 외에 물건들은 조금씩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예정대로 일주일 후에 출발이었다면 아주 급한 상황이었겠지만, 5일 늦춰진 상태라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코스도 제대로 모르고, 몇가지 물건들은 아직 부족한 상태고, 장마로 인해 자전거도 여기저기가 부식된 상태다. 이렇게 까지 준비가 늦어지게 된 데에는 지나친 낙관주의와 게으름 외에는 없다. 그리고, 마음 편히 떠날 수 없는 여행이라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인사에 대해서. 1년은 그리 짧지도 긴 시간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충 인사하는 것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 내일이라도 다시 돌아올 것처럼 인사하고 싶지, 영원히 사라질 것처럼 인사하고 싶진 않다. 10년 짜리를 떠난다 하더라도 별 차이는 없지 않을까? 내일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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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건 사는 것은 역시 힘들다. 즐거우면서도 힘들다.
하지만 이것도 여행의 한 과정 아니겠나 생각한다.

우선 큰 것부터 준비하려고 한다.
자전거 패니어. 그리고 텐트. 아 그리고 공구 셋.

기껏 사놓은 좋은 안장을 육각렌치가 없어서 못 쓰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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