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자전거여행/홋카이도

홋카이도 레분섬에서 힐링 트래킹









홋카이도 레분섬의 별명은 '꽃의 섬'

 


여름이 되면 섬 전체에 꽃이 핀다. 

이 꽃을 바라보며 하늘과 바다, 언덕을 걷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지금도 그 날의 '산책'이 잊히지 않는다. 



사진과 함께 다시 걸어보는 레분섬










전날 숙박한 모모이와소우 유스호스텔을 뒤로 하고 섬 북쪽으로 향했다. 

트래킹의 출발장소로 적합하고 캠핑장이 있어서 이다. 

오전 하늘은 흐렸다. 



모모이와 유스호스텔이 궁금하신 분은...^^

[일본자전거여행/홋카이도] - 일본 제일 '괴팍한' 유스호스텔, 모모이와소우 ; 홋카이도 자전거 여행








북쪽으로 가는 길에 폐교를 발견했다. 

이런 아름다운 섬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삶을 보낼까 생각했다. 

폐교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초등학교 였던 건물은 숙박시설로 쓰이고 있었다.

무엇이로든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건물도 쓸쓸하지는 않으리라. 








옛날에는 섬의 아이들이 놀았을 학교의 놀이터

자연이 풍부한 섬이라 그럴까. 

사람이 찾지않아도 풍물스럽지 않고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이 초등학교는 예전에는 피난장소였던 모양이다. 

일본은 어느 지역이던 피난 장소가 정해져 있다. 

학교는 지대가 높고 넓어서 피난장소에 딱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환영해주듯 조금 날이 밝아졌다. 

쿠슈호수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쿠슈호수는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호수다. 









호수 앞에 '리시리 레분 사로베츠 국립공원' 간판이 서있었다. 

호수를 한번 들여다 보고 트래킹의 출발점으로 이동했다. 

하늘이 맑아지면서 바다도 본래 색을 들어내고 있었다. 









이곳이 트래킹의 출발점이자 레분섬의 가장 북쪽인 스코톤 곶이다. 

'스코톤'은 홋카이도의 원주민 아이누의 언어로 '큰 계곡의 후미진 곳'을 뜻한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사할린까지 보인다 한다. 







스코톤 미사키 벼랑에 위치해있던 아슬아슬한 민박집. 






스코톤 미사키를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 








환경청과 홋카이도가 세운 푯말. 









레분섬은 300종의 고산식물과 꽃의 천국이다. 

섬의 독특한 형태와 기후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그리고 사람 때가 타지 않는 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일 듯. 








트래킹 코스를 나누는 팻말. 

나는 오른쪽 8시간, 4시간 코스로 향했다. 

언젠가 '가지 않은 길'인 왼쪽 코스도 걸어보고 싶다. 









고산식물들이 어우러져 벌판을 이룬다. 

여기저기 작고 귀여운 꽃들이 피어있다.

오래된 집들의 뒷골목을 나서니 바로 바다였다. 









일본 환경성에서 설치한 코스표지판.

4시간 코스와 8시간 코스를 일본어와 영어로 설명해놨다.

4시간 코스는 스코톤 곶에서 스카이 곶까지 였다. 











뒤를 돌아보니 절로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 있었다. 

하늘, 바다, 해안선, 섬의 식물들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바다와 섬의 '색'도 더없이 아름다웠다. 














섬의 별명은 '꽃의 섬'

봄부터 여름까지 고산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모든 길에 보석같은 꽃들이 피어있다. 

















고산식물의 꽃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준 이름모를 꽃들이 하나하나 고마웠다.

이렇게 작디 작은 꽃들이 모여 큰 풍경을 이룬다.












언덕을 오르자 꽃 너머 푸른 바다가 보였다.

때마침 갈매기 한 마리가 지나갔다.

여행객이 신기했던 것일까.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봐서 기분이 업된 나 ^^









4시간 코스의 중간지점인 고로타 곶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 인들은 이곳을 카무이코탄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카무이코탄은 아이누 어로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에게 이 곳은 그만큼 아름답고 경외로운 장소였나보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 한국에서 온 한 여행자를 감동시켰다.

이 모습 그대로 유지되어 앞으로도 많은 여행자들을 감동시켰으면 한다.










고로타 곶에서 언덕의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

혼자서 걸었지만 꽃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섬의 하늘은 하루에도 몇번씩 표정을 바꾼다. 









잘 정비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










나무로 만든 표지판이 섬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스코톤 곶에서 어느새 4킬로미터를 걸었구나.

다음 목적지인 텟푸까지는 1.5킬로미터













아름다운 풍경에 순식간에 텟푸에 도착했다. 

텟푸는 트래킹 코스 중간에 있는 거주지역이다.

공용화장실도 있고, 도로와 이어져있는 계단도 있어 도중에 되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할아버지는 소일거리 겸 조개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아래 사진이 조개로 만든 섬의 모양.

일본의 노인분들은 감탄할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찬 분들이 많다. 












당장 영화의 세트장으로 써도 될 것 같은 마을의 풍경












레분섬 관광 안내도 

지도에 각 코스가 색깔별로 표시되어있고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다. 


















섬의 고양이들 ^^ 














일본 민주당 홍보 포스터. 

일본에서 의외로 놀란 것은 정당의 선거 포스터가 골목 곳곳에도 꽤 있다는 것. 

일본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이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하토야마 전 총리의 선거구가 홋카이도 였다.


섬을 여행할 때가 2009년 8월 16일이었는데 

8월 30일 치뤄진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총리가 된다.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8시간 코스.

능선을 오르내리는 꽤나 하드한 코스라고 한다.

다음에 섬을 방문하면 저 길을 걷고 싶다. 



텟푸마을을 빠져나오면 다시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

꽃과 언덕, 하늘과 바다가 함께 한다. 

마지막 목적지인 스카이 곶으로 향한다.














모양이 종처럼 생긴 꽃이 참 이뻐서 길게 머물렀다.

연보라빛도 어찌나 이쁘던지.

나중에 안 이름은 '쯔리가네닌진'인데, '가네'는 일본어로 '종'을 의미한다. 










분기점을 알리는 간판.

왼쪽 '하마나카'로 가면 캠핑장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나의 목적지인 스카이 곶. 











빨간 토리이가 인상적인 니시도마리 신사. 













스카이 곶으로 가는 길에 있는 기념품상점 '아트리에 니키치'

레분섬의 꽃들이 그려진 스트랩을 판매하고 있었다. 

섬의 추억을 전하고 싶어서 가족들 선물용으로 구입했었다. 

아직도 하나는 내가 소중히 가지고 있다. ^^ 



스트랩 외에도 다양한 목공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오징어 모양의 작품은 위트가 있었고

예술성있는 작품들도 많아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곳. 












참 상냥하게 설명해주셨던 직원 분.

사람은 풍경을 닮는다고 했던가.

몸짓, 목소리, 표정에서 어딘가 레분섬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트래킹 코스의 마지막 목적지 스카이 곶(澄海岬)에 도착.

스카이 곶은 아이누 어가 아니라 주민 공모로 정해진 이름이라 한다.

그 이름처럼 한 없이 맑은 바다와 하늘(스카이)이 보이는 곶이다.



이 날은 흐려서 보지 못했지만.

이 스카이 곶의 일몰이 정말 아름답다 한다.

4시간 코스의 마지막에 오셨다면 꼭 보고 돌아가시길. 









섬의 초등학생들이 작성한 '미니 고산식물원'

사진과 함께 섬의 꽃을 소개하고 있었다. 










텐트로 돌아가기 전에 식당에 들렸다.   

이름은 '후타바식당' 

시오라멘(소금베이스 라멘)이 유명한 식당이었다. 








홋카이도 최북단 소우야 신문사로부터 맛있는 가게로 상장을 받았었다. 

이후 2017년에는 미슐랑 가이드에도 실린 모양이다.

맛이 어떤지는 다음 사진을 봐주시길. 









살면서 먹어본 라면중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다. 








라멘을 다 먹고 담배를 피면서 2009년 8월 16일의 홋카이도 신문을 보았다.

제일 왼쪽 기사를 보면 '토무라우시산 조난'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생환자의 증언, 목숨 살린 장비' , '방한구를 겹쳐 입고' , '캐러멜을 입에' 


토무라우시산은 일본 100대 명산에 선정된,

다이세츠잔 국립공원에 속한 2000미터급 산이다. 

2009년 7월에 악천후에 의해 산행하던 그룹 8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



든든히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서 캠핑장의 텐트로 돌아갔다. 

일기를 쓰고 잠이 들었다. 













9년 후의 이야기 




지인들이 '홋카이도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는가'라고 물으면 나는 지체없이 '레분'이라 답한다. 

지금 당장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레분으로 향할 것이다. 



외딴 섬이라는 장소가 주는 매력도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도 쉽게 여행가지 않는 곳.

외국인들은 더욱더 가기 힘든 곳.

비경을 홀로 걷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지난 사진을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꽃과 들판, 새와 바람, 하늘과 바다  

그 만큼 그 날의 트래킹이 완벽했다.



이토록 레분섬이 기억에 남는 것은 

단순히 섬이 아름다웠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돌이켜보면, 섬을 걷는 내내 섬에게 안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한번 그 섬을 걷고 싶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섬의 풍경더보기 

[일본자전거여행/홋카이도] - 천국에서의 트래킹, 홋카이도 레분섬의 풍경들